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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포럼 연단에선 김상웅 웅진 아시아 법인장 [이승환 기자]
| 매경 글로벌 포럼서 기업들 노하우 공유
OCI·BBQ·아모레·웅진 발표
정관계 인사 300여명 귀쫑긋
“말레이, 문화 수용성이 강점
정부 지원 많고 인재도 풍부”
지난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그랜드 하얏트 호텔. 말레이시아와 한국의 동반 경제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매경 글로벌포럼’에는 이른 오전부터 300여 명의 현지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학계 전문가가 몰려 콘퍼런스홀을 가득 채웠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세미나를 넘어 말레이시아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포럼 2세션에서는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각자의 산업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비전을 공유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연단에 선 기업인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묻어났고, 객석에서는 메모하는 손길과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끊이지 않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성길 OTSM(OCI Tokuyama Semiconductor Materials) 사장은 말레이시아, 특히 사라왁주를 ‘지속가능한 반도체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OCI는 2017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이후 20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진행해왔으며 최근 일본 도쿠야마와의 합작을 통해 동남아시아 최초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기업인 OTSM을 설립했다. 최 사장은 OCI테라서스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통해 말레이시아 사업 전반을 이끌어온 인물로, 이번에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진두지휘한다.
OTSM은 2029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매년 8000t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사라왁은 70% 이상이 재생에너지로 충당되는 친환경 전력과 안정된 투자 환경을 갖춰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에 최적”이라며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 OTSM은 고급 인력 200명 이상을 추가로 고용하고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등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고 있다. 최 사장은 “산업의 미래는 바로 말레이시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반도체 허브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발표에 나선 줄리 웡 아모레퍼시픽 말레이시아 대표는 “말레이시아는 팬데믹 이후 ‘할랄 뷰티’와 ‘클린 뷰티’가 부상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맞춤형 스킨케어와 지속가능성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뷰티·퍼스널 케어 시장은 2024년 기준 165억링깃(약 5조4126억원) 규모로, 최근에는 스킨케어·선케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라네즈,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 6개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현재 임직원 250명을 고용하고 5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뷰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특히 라네즈는 19년간 꾸준히 유통 채널을 넓히며 ‘K뷰티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고, 이니스프리는 환경 캠페인과 리필 패키징을 앞세워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웡 대표는 “2024년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며 “창의적이고 시각적으로 임팩트 있는 팝업스토어와 몰 활성화를 꾸준히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두현 제너시스BBQ 글로벌 COO는 K푸드의 말레이시아 확대 전략을 소개했다. BBQ는 현재 전 세계 3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2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12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윤 COO는 “말레이시아는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라 할랄 인증의 글로벌 허브”라며 “할랄 인증은 중동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핵심 열쇠”라고 말했다. BBQ는 올해 말레이시아에 소스·파우더 등 원재료 생산거점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할랄 K푸드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또 BBQ는 한류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FC바르셀로나와의 협업,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간접광고(PPL)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K푸드와 K컬처를 결합한 ‘토털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윤 COO는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해 아시아 전역으로 BBQ 브랜드를 확산하고 2030년까지 수만 개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웅진 역시 말레이시아를 동남아 전략적 요충지로 선택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상웅 웅진 아시아 법인장은 “동남아 진출을 위해 올해 6월 말레이시아 법인을 설립했다”면서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중심에 위치해 주변국 확장이 용이하고 다언어·다문화 환경 속에서 영어가 상용어라는 점도 큰 강점”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가정용 ‘렌탈’ 사업이 크게 발달한 국가로, 웅진 또한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카테고리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넘어 매트리스와 에어컨, 주방가전, 그리고 기업 간 거래(B2B) 설비와 디바이스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김 법인장은 “아직 미개척 영역도 크다”며 “많은 제조사와 소매사, 다단계 마케팅(MLM) 기업들이 렌탈이나 구독 모델을 원하지만 자금과 운영, 디지털 역량의 부족으로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법인장은 웅진이 가진 기술력과 노하우로 이를 극복해 2029년까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렌탈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어 “웅진 말레이시아 법인은 아시아 진출을 위한 제2의 본사로 성장할 것이며 한국과 말레이시아 양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 송성훈, 정승환, 김명환, 김효혜, 안병준, 박승주, 강영운, 이효석.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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